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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시생

 

대학교에서 방송부를 했었기 때문에 방송국 입사하는 친구들도 많고, 나 스스로도 경영직이긴 하지만 지상파 방송국 공채를 뚫고 방송국에 입사했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관찰한 사실 중에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입사준비생이 스스로를 언시생이라고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방송국에 입사하기 위한 특정 요건들, 가령 KBS한국어능력시험이라든가, 일부 언론사에서 요구하는 한자 시험 등은 "언시생", "언론고시준비생"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주요 요소이다. 기자직의 카메라 테스트, PD 직렬의 기획안 시험 등은 취업준비를 많이 해보지 않은 언론사 입사 준비생에게는 언론사만의 특별한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에, "언론고시 준비생"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이를 위해서만 노력해야할 것 처럼 여겨진다. 또한, 스스로를 "언시생"이라고 칭하기 시작하면, 언론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목표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지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오류다. 

 

 첫 번째 이유는 언론사는 세상에서 동 떨어진 "고시생" 상을 전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뼈 아픈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아나운서와 같이 매우 특수한 직무를 제외하고, 언론사에서 입사 대상자에게 요구하는 능력이라는 것이 다른 회사에서 요구하지 않는 매우 특별한 것이 아니다.   물론 입사 후에는 각 직무의 하드한 트레이닝을 통해 각 직무가 가져야만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그러나 언론사 특성상, 입사자를 대상으로 프로페셔널한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본인이 "언시"는 매우 어려운 것이며, 세상의 다른 직업과 매우 다르고 특별한 능력을 요구한다고 인지하고 있다면 이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지나치게 취해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자 직렬의 글쓰기 능력? 다른 회사에서도 필요한 것이고, 요즘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에는 논술 시험이 반드시 들어있다. PD의 기획안 작성 능력? 내가 SK Telecom 시험을 봤을 때도 기획안을 작성했고, 스토리 라인을 짜야했다. 방송학개론이나 시사 상식? 사실 다른 회사들에 입사하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량에 견주어보면, 보통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1~2주일만에 해결할 수 있는 양이다. 

 

이는 방송사에서 요구하는 PD/기자상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갖되,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 민감하게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이를 콘텐츠로 잘 "엮을" 수 있는 사람들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언시생"이라는 아이덴티티로 자신을 묶고 한터 등 언시생들의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지내다보면, 그러한 사회 트렌드라고 할만한 것들과 멀어진다. 세상이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는지, 다른 회사들에는 어떤 것이 핫한지, 일반 사람들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두 번째 이유는 채용처가 "정부"로 한정된 행정고시/외무고시 등과 달리, 언론사 입사 시험의 특성은 회사 마다 매우 다르다. 따라서 하나의 아이덴티티, 하나의 인재상을 가지지 않으며, 심지어 이는 각 연도마다도 다르다. 

 

 예를 들어, 내 뇌피셜일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언론계를 관찰한 사람으로서,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공영방송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으며, SBS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그때 그때 다른 사람들을 뽑되, 개인보다는 조직을 중요시하는 사람을 뽑는 경향이 있다. 한편, JTBC는 개성이 있는 인플루언서에 가까운 사람들을 뽑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언론사에 입사하고 싶다면, 언시생이라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스스로를 통일시키기보다는, KBS시험을 볼 때는 KBS스러운 사람으로, SBS시험을 볼 때는 SBS스러운 사람으로, JTBC시험을 볼때는 JTBC스러운 사람으로 탈바꿈할 수 있어야 합격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그건 자기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므로 언론사 시험에 'Luck'이 아예 작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https://leeconomics.tistory.com/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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