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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 SBS를 필두로 방송사들의 실적 호조가 화제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벼랑 끝에 몰려있던 방송사들이 적게는 몇십억, 많게는 천 억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웃고 있다. 예전에 <방송국이 계속 잘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글을 작성하면서, 대한민국에는 방송국처럼 온전히 "컨텐츠 중심적"인 조직이 몇 개 없고 현금성 장사를 하기 때문에 방송국은 지속적으로 잘 될 것이라고 적은 바 있는데, 2021년을 기준으로 많은 방송사들이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Turn Around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뉴스 시청률 증가, 집에 있는 시간의 증가, 프라임 시간대의 시청 시간 증가 등 여러가지 이유2가 있겠지만, 이를 좀 더 본질적인 단어로 치환하면 사람들의 관심사가 몇 가지로 "모였다"는데에 있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 신뢰성 있는 최신 정보와 정부의 지침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TV라는 매체를 통해야 하며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의 언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몇 년간 관심사를 모으는 데 실패했던 방송사들이, 자의가 됐든, 타의가 됐든 관심사를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이 TV를 켰을뿐만 아니라, 온라인 세상에서도 레거시 미디어의 컨텐츠를 더 많이 소비했다. 이에 따라 TV/디지털 광고 실적이 자연스럽게 올랐다. (참고 기사: http://m.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50652)

또한, 한정된 CP(Contents Provider)수에 비해 스크린의 수가 늘어난 것도 방송사들의 가격 설정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21년의 대한민국은 기존의 Netflix와 Youtube뿐만 아니라 디즈니 플러스, 애플+, 쿠팡 플레이 등 다양한 OTT들이 출범한 해였고, 그 덕분에 콘텐츠를 공급할 때 방송사들의 협상력이 증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사들의 앞으로의 행보는 탄탄대로일까? <방송국이 계속 잘 될 수 밖에 없는 이유>1에서 쓴 것처럼, 방송사들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관심(Attention)이 다시 분산되면 방송사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출범에 타격을 많이 받았던 것 만큼,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첫째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해야 한다. 어젠다를 한 발 앞서 세팅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방송사들이 살아 남으려면 관심(Attention)에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구조적으로 다양한 곳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키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어젠다 세팅력을 가진 인물과 팀을 배출해내야 한다. 내가 기억하는 방송사는 여러 가지 성격의 사람으로 구성된, 다양성이 넘치는 조직이었지만, 댜앙성이 평소에 장려되는 조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보도,예능,드라마, 심지어 경영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얼마 안되는 방송 시간/자원 내에 회사의 "편성" 또는 "선택"을 받아내야하는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쏠림 " 현상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해야 할지 고민인데, 방송사에 근무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그 특유의 "쏠림" 현상에 공감할 것이다.

내가 방송국에서 퇴사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방송사가 망할 것 같아서, 또는 희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조직의 "쏠림", 또는 투자가 "내가 젊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시기"에 나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0년대의 방송사가 인식하고 있는 그 시기는 아쉽게도 30대 중반도 아닌, 40대~50대 사이의 몇 년 이라고 판단했고, 욕심이 많던 나는 그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웠다. 방송국의 어린 사원으로서 속 터졌던 사실은 오히려, 예전에 잘 나가던 시절의 방송국에서는 그 나이가 꽤나 젊었다. 지금의 유명한 언론인들은 다 젊은 시절에도 "쏠림"의 혜택을 받던 사람들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분석해보고 싶은데, 나는 단순히 조직의 인구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송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적극적으로 방송국 입사를 추천하고 싶다. 그 "쏠림"을 기다릴 수 있다면, 방송국은 컨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국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데 힘쓰면서도, 조직의 관심은 분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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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https://blog.naver.com/smartic/22264526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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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기술경영을 전공했고, 치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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